강제추행 전력 후보 논란, 유권자의 판단은

- 전정철 예비후보 출마, 무소속의‘특권’인가 선출직 자격 기준의 구조적 붕괴인가

김도균 기자 dysm.kr@daum.net
2026년 05월 07일(목) 08:56
[담양신문] 공직선거법은 후보자의 전과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가가 나서서 범죄 이력을 유권자에게 알리는 이 제도의 존재 이유는 단 하나다. 주민을 대표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유권자 스스로 판단하라는 것이다.

그 판단의 시험대가 담양군 제2선거구에 놓였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원 담양군 제2선거구에 출마한 무소속 전정철 예비후보가 2019년 강제추행 혐의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직선거법에 따라 공개한 예비후보자 자료에 명시된 사실이다.

현직 공무원보다 낮은 선출직의 문턱...제도적 모순

전정철 예비후보의 출마 자체는 현행법상 문제가 없다. 집행유예 기간이 이미 종료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적 가능성과 도덕적 적합성은 전혀 다른 문제다.

문제는 여기서 드러난다. 국가공무원법 제33조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집행유예 기간 중인 자를 임용 결격사유로 명시하며, 제69조는 재직 중 해당 사유에 해당하게 된 공무원은 즉시 당연퇴직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행정의 감시자가 행정의 실무자보다 더 느슨한 도덕 기준 아래 놓인 현실은 우리 선거 제도의 구조적 결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선거직의 특수성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공직 윤리 기준의 붕괴다.

행정 공무원에게는 결격 사유로 작동하는 기준이 정작 더 큰 권한을 갖는 선출직 후보에게는 아무런 제약도 되지 않는다면, 이는 기준의 차이가 아니라 기준의 실종이다. 주민을 대표하고 예산을 좌우하는 자리에 오히려 더 낮은 문턱이 적용되는 이 구조는 더 이상 상식의 영역에서 설명되기 어렵다.

성범죄 전과,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

강제추행은 타인의 신체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범죄로 피해자에게 장기적인 정신적 상처를 남길 수 있다. 나아가 조례를 만들고 예산을 심의하며 지역 주민의 삶을 설계하는 자리는 그 어느 직책보다 높은 수준의 인격적 신뢰를 요구한다.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전과가 있다고 해서 영원히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 옳은가"라는 반론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처벌의 연장이 아니라, 대표성을 요구하는 공직 후보로서의 신뢰 가능성이다.

성범죄 전력을 안고 "나를 대표자로 선택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그 질문 앞에 유권자는 냉정하게 답해야 한다.

무소속이라는 이유로 정당이 설정한 기준조차 적용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무소속의 특권’인가, 아니면 제도의 허점인가.

정당도 걸러낸 전력, 유권자가 용인할 것인가

주요 정당들은 이미 성범죄 전력자에 대해 공천 배제 원칙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정치적 책임성과 공직 윤리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 설정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주요 정당은 최근 공천 기준을 강화하며 성범죄 전력자에 대해 예외 없는 부적격 판정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벌금형 수준의 과거 전력이라 할지라도 경선 기회조차 부여하지 않는 것이 현재의 정치적 표준이다.

정당이 시스템으로 걸러내는 결격 사유를 유권자가 손수 용인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표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사회가 스스로의 도덕적 자존심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선택이 된다.

담양이 어디까지 용인할 것인지, 이제 유권자가 답할 차례다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성범죄 전력이 있는 사람이 내 대표가 된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는 주민들의 반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요구하는 문제 제기다.

반면, 형이 확정되고 법적 책임을 마친 사람에게 정치 참여의 기회까지 과도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6·3 담양군 제2선거구의 투표함은 단순히 한 후보의 당락을 결정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지역이 공직 후보자에게 요구하는 도덕적 최저선이 어디인지 드러내는 과정이다. 결국 기준선을 정하는 주체는 법이 아니라 유권자다.
김도균 기자 dysm.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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