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조나무는 왜 푸조나무인가"…관방제림에서 시작된 '큰 나무 얼굴'의 기록 - MIT 공학박사 출신 조재신 대표, 400년 노거수에서 찾은 '큰 나무 얼굴'과 디지털 트윈 김도균 기자 dysm.kr@daum.net |
| 2026년 08월 20일(목)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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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는 고성만 시인의 사회로 진행됐다. 1부는 조재신 대표의 강연으로 약 1시간 동안 이어졌고, 이후 2부에서 참석자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관방제림의 나무를 '큰 나무 얼굴'로"
조 대표는 자신을 "담양에서 농사짓는 사람"이라 소개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MIT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삼성에서 오랜 기간 임원으로 재직한 이력이 있지만, 강연은 관방제림을 산책하며 품게 된 소박한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미국 작가 너새니얼 호손의 소설 「큰 바위 얼굴」을 언급하며, 소설 속 주인공이 평생 큰 바위 얼굴을 바라보며 그 모습을 닮아갔듯 관방제림의 노거수를 '큰 나무 얼굴'로 바라보고 그렇게 살아가려는 마음을 갖는 것만으로도 이날 강연의 목적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6개월간 추적한 세 가지 어원 가설
조 대표가 푸조나무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게 된 계기는 김규성 글을낳는집 촌장의 질문이었다. "푸조나무의 어원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답을 찾기 위해 그는 약 6개월간 조선왕조실록과 『성호사설』, 일제강점기 조선식물향명집, 국립생물자원관 자료 등을 검토했다.
그는 세 가지 가설을 제시했다. ▲제사상에 오르는 대추(한자 棗)와 연관 지어 '푸른 대추나무'에서 유래했을 가능성 ▲중국명 조엽수(粗葉樹, 거친 잎나무)와 일본명 무쿠노키에서 공통되는 '거칠다'는 의미에서 비롯됐을 가능성 ▲열매를 좋아하는 텃새 찌르레기의 옛말 '포구새'가 나무 이름으로 굳어졌을 가능성이다. 2018년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논문에서도 찌르레기 유래설이 언급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조 대표는 어느 가설도 확정된 정설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강연 중에는 세 가설에 대한 즉석 투표도 진행됐다.
잎맥과 톱니로 구별하는 법
조 대표는 이어 푸조나무와 느티나무, 팽나무를 구별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잎 가운데를 지나는 굵은 주맥(主脈)과 옆으로 뻗은 측맥(側脈), 잎 가장자리 톱니 모양이 기준이다.
▲푸조나무는 톱니가 잎 끝까지 이어지고 측맥이 도중에 한 번 더 갈라진다 ▲느티나무는 톱니가 끝까지 이어지되 측맥이 갈라지지 않고 곧게 뻗는다 ▲팽나무는 잎 가장자리 절반가량까지만 톱니가 있고 그 위로는 밋밋하다. 열매자루 유무 등 열매의 특징도 함께 설명했다.
조 대표는 이러한 관찰 방식을 사진 인식 인공지능에 빗대 "특징을 하나씩 살펴 조건을 조합해 판단하는 과정도 하나의 알고리즘"이라고 표현했다.
노거수를 데이터로 기록하다
강연 후반부는 관방제림 노거수를 디지털 공간에 기록하는 작업에 집중됐다. 조 대표는 관방제림에 어떤 나무가 어디에 심어져 있고 어떤 관리 이력을 가졌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료가 마땅치 않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호수 지정 현황과 과거 수술(외과수술) 기록, 항공·드론 촬영 자료, 기상청 자료 등을 결합해 관방제림 식재지도를 직접 제작한 과정을 시연했다. 2000년대 초 도면과 2019년, 2026년 항공사진을 겹쳐 특정 노거수의 가지 변화를 살펴봤다. 2021년 한파 당시 개엽이 지연됐던 푸조나무의 사례, 올해 7월 고온건조로 갈변했다가 이후 회복된 메타세쿼이아길의 사례를 각각 드론 사진과 기상 데이터로 짚었다.
또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구간에서 반복되는 발길로 토양이 다져져 노거수의 뿌리 생육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경남 함양 상림에서 이뤄진 토양 답압 관련 연구를 사례로 들며, 관방제림에도 유사한 접근으로 노거수 주변 토양과 사람의 이동을 함께 기록·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가든' 구상
강연 말미에는 관방제림의 역사와 이야기를 디지털로 담는 '클라우드 가든' 구상이 소개됐다. 조 대표는 공간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안내판에 QR코드를 붙여 방문객이 스마트폰으로 나무와 장소의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을 예로 들었다. 관방제림에 이어 영산강 증암천을 따라 소쇄원, 환벽당, 식영정, 명옥헌 등의 남도정원으로 클라우드 가든을 확대하는 구상도 제안했다.
그는 "점을 선으로, 선을 면으로, 면을 공간으로 연결하고 여기에 시간의 축까지 더하는 작업이 결국 클라우드 가든"이라며, 담양신문을 비롯한 지역 문인들과의 협업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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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가 공연과 책 나눔으로 채운 쉬는 시간
1부 강연이 끝나고 2부 질의응답이 시작되기 전, 정미옥 시인이 판소리 심청가 중 심봉사가 도화동을 떠나는 대목을 불러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이어진 책 나눔 시간에는 전 전남대학교 농과대학 학장을 지낸 박노동 교수가 신간 시집 『시간의 선물』을 방명록에 이름을 남긴 참석자 전원에게 증정했다. 김정원 시인은 산문집 『푸조나무 아래서』와 동시집 『엄마, 아이스크림 데워주세요』를 참석자들에게 기증했다.
이후 2부에서는 패널과 함께 푸조나무의 생태적 특징과 노거수 관리, 디지털 기록의 활용 방안 등을 놓고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2026 담양 인문학 포럼'은 담양이라는 공간에 축적된 역사와 문화, 장소의 의미를 인문학적으로 조명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매월 셋째 주 목요일 오후 3시 담양문화원 2층 강의실에서 열리고 있으며, 오는 12월까지 총 10회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사전 예약 없이 누구나 무료로 참석할 수 있다.
김도균 기자 dysm.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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