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 장애인 접근성, 제도 시행 3년째도 '유명무실'…인권위 진정 잇따라

-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의무화 시행 이후에도 현장 안착은 '더딘 걸음'

김도균 기자 damyangjournal@daum.net
2026년 09월 27일(일) 08:54
[담양신문] 보건복지부가 2023년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을 통해 키오스크와 모바일앱에 대한 장애인 접근성 제공을 의무화했지만, 시행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현장에서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당시 개정안은 무인발권기·무인주문기·무인결제기 등 이른바 '키오스크'를 운영하는 기관과 업체가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도록 했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을 위한 접근 공간 확보,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블록과 음성안내 제공, 장애 유형별 의사소통 수단 마련 등이 핵심 내용이다. 다만 바닥면적 50㎡ 미만의 소규모 시설은 설치 의무 대신 모바일앱을 통한 원격제어나 상시 지원 인력 배치 등 대체 수단으로 갈음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민간은 규모별로 순차 적용됐고, 법 시행일 이전 설치된 기존 키오스크에도 2026년 1월 28일부터 관련 의무가 적용됐다.

인권위에 진정 50건…"예외 조항이 너무 넓다"

그러나 올해 들어 국가인권위원회에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미설치를 이유로 한 진정이 잇따라 접수되고 있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인권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월 말부터 6월 30일까지 관련 진정이 50건 접수됐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상임대표는 사무실 인근 카페에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도, 호출벨도 없어 직원을 오랫동안 기다려야 했던 경험을 전하며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장추련은 지난 1월 시행령이 장애인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한 상태다.

서미화 의원은 법 개정 이후 2년 넘는 준비 기간이 있었음에도 예외 조항 위주의 대책에 그쳐 장애인 접근권이 오히려 후퇴했다고 지적하며, 2024년 대법원이 장애인 접근권을 기본권으로 확인한 취지에 맞게 접근성을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접수된 진정을 조사해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에서 차별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과기정통부 "91억 지원, 특정 기관 '셀프 지원' 아니다" 해명

한편 지난 9월 22일 KBS는 정부가 지난해 91억원을 투입해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775대를 추가 도입했으나, 그중 60%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우체국에 집중 지원됐고 접근성 개선 목표는 100% 달성했다고 자체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지원 규모와 용도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지난해 약 91억원은 키오스크 제조사의 역량강화 컨설팅, 접근성 시험평가 비용, UI·UX 개발보급 등에 사용됐으며, 이 가운데 배리어프리 키오스크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에는 14억원이 투입돼 총 775대가 우선 지원 대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지원 대상 제조사는 공모를 거쳐 선정위원회 심사로 선정된 것이며, 특정 기관을 겨냥한 지원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과기정통부는 앞으로도 관계 부처와 협력해 국내 키오스크 접근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제도와 현실의 간극, 과제로 남아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의무화는 급증하는 무인점포·무인단말기 환경에서 장애인과 고령자의 일상생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시행 초기부터 광범위한 예외 조항, 현장의 낮은 제도 인지도, 대체 수단 미비 등이 맞물리며 정책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관계 부처는 설명회 등을 통한 제도 홍보와 정기 모니터링을 예고했지만, 인권위 진정 급증과 헌법소원 청구 등 현장의 문제 제기가 계속되는 만큼 실효성 있는 후속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도균 기자 damyangjourna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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