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이 문화콘텐츠의 뼈대’…김호연 작가, 담양서 강연 - 글을낳는집 작가들과 함께한 담양만의 특별한 인문학 강연 - 담양군의회 인문학정책연구회 소속 의원 4명, 인문학 활성화 방안 모색 위해 참여 김도균 기자 dysm.kr@daum.net

2025년 08월 21일(목) 20:40

[담양신문] 글을낳는집 작가들이 들려주는 여섯 번째 인문학 이야기, '김호연 작가와의 만남'이 21일 오후 3시 담양 창평의 100년 고택 '매화나무집'에서 열렸다.

25년간 전업 작가로 활동해온 김호연 작가는 이날 강연에서 소설가의 삶과 작품 창작 과정, 그리고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에 대해 강연한 뒤 참석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글을낳는집과의 인연

글을낳는집과 김 작가의 인연은 2018년 『파우스터』 집필을 시작으로, 2022년 『불편한 편의점 2』 출간 당시에도 체류작가로 머문 바 있다.

『불편한 편의점』은 국내에서 170만 부 이상 판매되었으며, 현재 21개국에서 번역본이 출간되는 등 한국 문학의 해외 진출을 대표하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K-pop부터 드라마까지, 스토리텔링이 산업의 핵심

김 작가는 강연 서두에 “K-pop, BTS, 블랙핑크, 영화,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 한국이 세계적으로 잘 나가는 분야는 모두 문화콘텐츠 산업”이라며 “특히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한국 소설들이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토리텔링을 “상대방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를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행위”라고 정의하며 “문화콘텐츠에서 스토리텔링은 뼈대이자 척추 같은 존재”라고 강조했다.

드라마 제작의 출발점도 스토리텔링, 작가의 대본

김 작가는 김은숙, 김은희, 박지은 등 유명 드라마 작가들을 언급하며 “이분들이 우리나라에서 글 써서 돈을 제일 많이 버시는 분들”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를 예로 들며 “김은숙 작가가 스토리텔링 대본을 썼기 때문에 송혜교가 캐스팅되고, 투자사에서 100억~200억을 투자해 천억에서 2천억원 가치의 드라마가 완성되는 것”이라며 스토리텔링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설명했다.

방탄소년단도 스토리텔링으로 성공

K-pop의 대표주자인 방탄소년단(BTS)에 대해서도 “방탄조끼 소년단이라는 의미로, 10대들이 가지는 왕따, 학원폭력, 가정폭력, 꿈에 대한 좌절과 소외라는 총알 같은 것들을 우리가 방탄조끼가 되어 막아주겠다는 스토리가 담겨 있다”고 성공비결을 소개했다.

또한 “방탄소년단은 ‘BTS 유니버스’라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 웹툰, 가사, 뮤직비디오가 모두 연결되어 나온다”며 “전 세계 10대들의 고통과 아픔을 노래로 대신 스토리텔링해주기 때문에 세계적인 그룹이 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실패 경험에서 배운 작가의 성장 스토리

김 작가는 자신의 초기 경험담도 솔직하게 공개했다. 2001년 대학 졸업 후 영화사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시작해 한석규, 고소영 주연의 영화 '이중간첩'에 참여했지만 흥행에 실패한 경험을 털어놓았다.

“자신감에 회사를 그만두고 1년간 시나리오 3편을 써서 20개 영화사에 보냈지만 60번 모두 거절당했다”며 “그때야 내가 시나리오를 잘 못 쓴다는 걸 깨달았다. 요즘 말로 메타인지가 안 된 것”이라고 회고했다.

미래사회, 모든 분야에 스토리텔링 필요

김 작가는 “세상은 이미 문화적 가치와 꿈이 중요해진 사회로 진입했으며, 브랜드보다 고유한 스토리를 팔아야 하는 시대”라며 “스토리텔링을 배우지 못한다면 사람들을 설득할 수 없고, 이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 예로 “판사는 사건이라는 스토리를 판단하고, 식당도 3대째 내려오는 비법이라는 스토리를 내세운다”며 “작가가 아니더라도 미래사회에 살려면 누구나 스토리텔링을 알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책은 단순한 출판물을 넘어 하나의 문화콘텐츠로 성장해야 한다”는 자신의 철학을 소개하며, 다매체 시대에 변화하는 문화 환경 속에서 문학이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참석자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글을낳는집 작가들의 인문학이야기...담양만의 특별한 인문학 강연

이날 강연에는 참석자의 절반 이상이 서울, 수원, 부산, 광주 등지에서 온 글을낳는집을 거쳐간 작가들로 구성되어 일반 참석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담양읍에서 거주하는 한 참석자는 “20여 명의 전업작가들과 차를 마시면서 직접 소통할 수 있었던 것은 담양에 글을낳는집이 있기에 가능한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왼쪽부터 노대현 의원, 박은서 부의장, 김규성 촌장, 김호연 작가, 최용만 의원, 박준엽 의원

또 이번 강연에는 담양군의회 인문학정책연구회 소속 박은서 부의장, 최용만, 노대현, 박준엽 의원이 참석했다.

강연에 앞서 의원들은 김호연 작가와 만나 담양의 고유한 인문학 콘텐츠 개발과 작은 도서관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을 가졌다.

부산에서 참석한 한 동화작가는 “강연에 직접 참여한 담양군의회 의원들이 지역 문화콘텐츠에 깊은 관심을 보인 점이 인상 깊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는 9월 18일(목)에는 ‘글을 낳는 집’ 작가들이 들려주는 인문학 이야기 시리즈 일곱 번째 강연 - 박경자 시인 (동신대 교수)의 ‘21세기 세계 속 한글과 한국어의 위상’이 열린다. 이날 행사에는 이현수 소설가가 패널로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