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교육청 ‘다 담은 화장실’ 사업 … “과도한 예산 낭비” 논란 - “신청 기회조차 없었다”… 선정 기준 불투명에 현장 불만 김도균 기자 dysm.kr@daum.net |
| 2025년 09월 11일(목) 2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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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총 164억 원을 들여 도내 33개 학교 화장실을 개선하는 이 사업이 창의적인 교육 공간 혁신인지, 아니면 예산 낭비인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목포의 한 중학교에 유독 많은 예산이 투입된 점을 두고, 일부 교사들은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시범사업 선정 과정에서 소외감을 느꼈다는 현장 목소리도 나온다.
담양의 한 고등학교 관계자는 “우리 학교도 수십 년 된 노후 화장실로 학생 불편이 큰데, 해당 사업에 대해 사전 안내나 신청 기회조차 없었다”며 “선정 기준이 불분명하고, 특정 학교에 편중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번 사업에는 2024~2025년 동안 총 164억 원이 투입됐으며, 학교당 평균 약 5억 원이 소요됐다.
가장 많은 예산이 배정된 곳은 목포 유달중학교로, 재학생 342명 규모의 이 학교 화장실(148㎡) 개축에 10억7,500만 원이 들었다. 이는 같은 지역의 85㎡ 구형 아파트 실거래가(약 4억8,000만 원)의 2.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그 외에도 ▲목포공고(603명)는 60㎡ 규모 화장실에 7억4,000만 원, ▲나주 동강중(20명)은 90㎡ 리모델링에 3억 원, ▲진도초(540명)는 당초 5억8,000만 원에서 2억 원이 증액돼 총 7억8,000만 원이 투입됐다.
“호화 화장실보다 기본 여건 개선이 먼저라는 비판”
현장 교육자들과 시민단체에서는 과도한 예산 투입을 지적하고 있다.
전남의 한 중학교 교사는 “교직원 60명이 근무하는데 4층 건물에 교직원 화장실이 1층에만 있어 불편함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몇몇 학교의 화장실을 화려하게 고치는 것보다 일선 학교의 불편함부터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민상 전교조 전남지부 정책실장은 “학교 화장실 증·개축비용이 과도하게 투입돼 ‘호화 화장실’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각급 학교 학생·교사들의 화장실 수요를 세밀하게 파악해 적정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청, “시대적 요구에 따른 교육공간 혁신” 반박
전남도교육청은 기존 ‘노후 화장실 개선사업’과는 별개의 정책이라고 강조하며, 이러한 비판에 대해 반박했다. 교육청은 “‘다 담은 화장실 사업’은 단순한 보수를 넘어서 위생환경 개선은 물론 학생의 정서적 안정과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창의적 공간 혁신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노후 화장실 개선사업은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화장실 노후도를 수치화해 시급성을 평가하고 객관적 기준에 따라 예산을 배분하는 기초 인프라 개선 사업이다.
이와 달리 ‘다 담은 화장실 사업’은 미래형 학교 공간 혁신의 일환으로, 건축 경과 연수 40년 미만 학교 중 사업 참여를 희망한 학교를 대상으로 한다. 구조 변경이 용이하고 창의적 공간 조성이 가능한 학교에 우선 적용되며, 학생 수 50명 미만 작은 학교도 포함해 지역 간 교육격차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청은 기존 화장실 보수·증축 단가의 약 1.5배 수준인 예산 증가에 대해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했다. 화장실 내부뿐 아니라 진입공간까지 포함한 전체 공간을 확장·정비하면서 단가가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주요 단가 상승 요인으로는 ▲위생적 환경 유지를 위한 냉난방기 설치 ▲학생 체격 변화에 대응한 칸 크기 조정 ▲학생·교사·학부모가 함께 참여한 사용자 중심 디자인 적용 등을 들었다.
교육청은 “기존의 폐쇄적이고 비위생적인 공간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서로 인사하고 교류할 수 있는 열린 구조,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휴식 공간, 심미적 만족감까지 고려한 설계가 적용됐다”고 강조했다.
투명한 절차와 명확한 기준으로 논란 해소해야
이번 논란의 핵심은 제한된 교육 예산을 두고,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교육 공간 조성을 주장하는 교육청과 기본적인 교육 여건 개선을 우선시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청의 미래지향적인 교육 공간 조성 목표는 이해되지만 일선 학교의 기본적인 교육 여건 개선이 우선이라는 현장의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과도한 예산을 투입한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일부 학교에 과도한 예산이 집중된 배경과 시범사업 대상 선정 기준과 과정에 대한 투명한 공개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예산 사용의 합리성과 교육적 효과에 대한 객관적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도균 기자 dysm.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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