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의 기다림, 겹겹이 피어난 시의 손…임영자 시집 출간 - 임영자 시집 『겹꽃으로 피어나는 손』(시산맥) - 담양 ‘글을낳는집’에서 완성한 첫 시집, 남도 정서와 현대적 감각의 조화 김도균 기자 dysm.kr@daum.net

2025년 11월 23일(일) 18:11

임영자 | 시산맥 | 2025년 11월

[담양신문] 임영자의 시인의 첫 시집 『겹꽃으로 피어나는 손』이 도서출판 시산맥에서 출간되었다. 2015년 『시와사람』으로 등단한 뒤 약 10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시집은, 남도의 전통적 서정 위에 참신한 상상과 사유를 더한 작품들로 가득하다.

이번 시집은 특히 담양과의 깊은 인연 속에서 탄생했다. 시인은 담양 ‘글을낳는집’에 머물며 조용한 자연 속에서 원고를 다듬었고, 그 고요한 분위기와 풍경이 시인의 언어를 더욱 정제하는 배경이 되었다.

임영자의 시에는 깊은 유년의 체험이 깔려 있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와 지냈던 외딴집에서의 삶은 그리움과 한(恨)의 정서를 낳았으며, 이는 시적 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시인은 이러한 감정들을 담양의 자연 안에서 다시 마주하며, 치유와 성찰의 언어로 되살려낸다. 담양의 산, 바람, 느린 시간은 시인의 삶을 포근히 감싸는 배경이 된다.

추천사│김규성 (시인) - 법고창신의 시학

추천사에서 시인 김규성은 박지원의 ‘법고창신(法古創新)’을 언급하며, “옛것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이미지와 사유로 남도 서정을 현대적으로 풀어냈다”고 평가한다.

전통적 서정과 향토애, 일상의 지혜 같은 남도 시의 본질은 살아 있으면서도, 언어와 이미지는 세련되고 절제되어 있어 지나치게 난해하지 않다는 균형감이 이 시집의 미덕이라고 말한다.

작가의 말│“겹꽃의 시간”

마당의 화단을 지켜주는

넝쿨장미와 남천은 함께 살아가는 친구들이다

단풍이 들고 떨어지기를 십여 해

돌고 돌아

겹꽃으로 피어나는 손을 가만히 가을바람에 흔들어 본다

작가의 말에서 임영자는 “십여 해 돌고 돌아, 겹꽃으로 피어나는 손을 가만히 가을바람에 흔들어 본다”고 썼다. 오랜 세월 쌓아온 시적 내공이 마침내 겹겹의 꽃처럼 피어난 순간이, 담양의 고요 속에서 비로소 도달한 고백처럼 들린다.

『겹꽃으로 피어나는 손』은 전통과 혁신, 서정성과 창조성이 조화를 이룬 남도 서정시의 새로운 지평이자, 담양이라는 장소성과 정서가 깊이 녹아든 결실이다. 남도의 향기와 삶의 울림을 새롭게 느끼고 싶은 독자들에게 강력히 추천할 만한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