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신문] 소비자 권리 침해에 맞서 혼자서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한 시민의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전자상거래를 통해 구매한 에어컨의 하자 문제로 시작된 이 사건은 결국 법원의 판결로 마무리되며, 소비자 권리 보호의 중요성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온라인 쇼핑의 확산과 함께 소비자 보호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전자상거래에서의 소비자 권리는 ‘소비자기본법’과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이라는 두 법률에 의해 보호되고 있다.

이 중 전자상거래법은 특별법의 성격을 가지며, 온라인 거래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소비자 권익을 보다 직접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수리만 제안한 대기업, 소비자는 환불 요구

2024년 여름, 소비자 A씨는 국내 대형 가전업체 S전자의 에어컨을 온라인으로 구매했다. 그러나 설치 직후부터 온도센서 이상 등 지속적인 하자가 발생했다. 제품 자체에 근본적인 하자가 있었다고 판단한 A씨는 환불을 요구했지만, S전자는 환불이나 교환 대신 10만 원 보상과 무상 수리만을 제안했다.

소비자원 조정 실패 후 직접 소송 돌입

A씨는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소비자원에 분쟁 조정을 요청했지만, 양측 간 입장 차이로 인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그는 2024년 11월, 대법원 전자소송 시스템을 통해 직접 S전자를 상대로 환불 소송을 제기했다. 비전문가인 A씨는 법률 자료를 찾아보며 전자상거래법의 적용 가능성을 검토했고, 사전 준비 끝에 스스로 법정에 서게 됐다.

법정 공방 속 진흙탕 전략…결국 법은 소비자 손 들어줘

소송 과정에서 S전자는 변호사를 선임해 적극 방어에 나섰다. 소비자기본법을 근거로 “구입 1개월 이후 제품은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A씨는 전자상거래법 제17조를 근거로 “계약 내용과 다른 제품은 공급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 청약철회가 가능하다”고 맞섰다.

특히 S전자가 제품 하자와 관련된 핵심 기술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A씨는 “자료를 숨긴 채 하자가 없다고 주장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지적하며, 이는 계약의 본질적 이행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정기일 직전, S전자 측은 “대승적 차원”이라며 조정을 제안했지만, A씨는 조정에 응하지 않고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지난 6월 17일 수원지방법원은 원고 A씨의 손을 들어주며 전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소비자의 권리는 스스로 지켜야"

A씨는 판결 이후 “가전제품의 하자는 소비자가 입증하기 어려운 구조인데다, 자료 접근조차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구조 속에서 소비자는 늘 약자의 위치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승소는 내 권리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누구든지 법의 힘으로 정당한 권리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액소송, 누구나 도전할 수 있어

이번 사건은 대기업의 불합리한 A/S 및 환불 정책에 문제를 제기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A씨는 “전자소송은 어렵지 않다. 서면이 잘못되면 법원이 수정 기회를 준다”며 “겁내지 말고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온라인 소비자 권리 강화에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며 “전자상거래법에 대한 소비자의 이해와 활용이 중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