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임 | 파람북 | 2025년 9월

[담양신문] 소설가 이순임의 신작 장편소설 『럼과 라즈베리』가 출간되며 문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작품은 소리와 침묵, 기억과 상실을 핵심 축으로 삼아 한 청년이 혼란과 공황의 시기를 지나 내면을 회복해 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주인공 호영은 일반인이 감지하지 못하는 미세 주파수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인물로, 그의 독특한 감각은 곧 서사의 리듬이 되고 세계를 해석하는 언어가 된다.

작품은 7.2초의 리듬, 트랜지스터 라디오의 치직거림, 60Hz대 저주파 등 다양한 사운드 이미지를 통해 인물의 무의식과 감정을 시각적·청각적으로 펼쳐낸다.

사건 중심 전개 대신 감각의 조각으로 서사를 구성하며, ‘서사가 없어 보이지만 결국 서사를 구축하는 구조’라는 독창적 기법을 시도한 점이 특히 돋보인다. 『데미안』과 『호밀밭의 파수꾼』의 계보를 잇는 현대적 성장소설이라는 평도 나온다.

출판사 서평│소리로 읽고 공명으로 느끼는 문학적 실험

출판사 측은 『럼과 라즈베리』를 “소리가 곧 세계이며, 공명이 곧 의미가 되는 소설”로 정의한다.

융의 분석심리학, 불교의 ‘색즉시공’ 사상, 인드라망 개념, 갈톤 보드의 확률 구조 등 다양한 철학·과학적 요소들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서사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출판사는 또한 “이순임 작가 특유의 실험적 문체가 인물의 상처와 성장의 결을 더욱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감각의 반복과 변주를 통해 독자 스스로 내면의 서사를 재구성하게 만든다”고 평가했다.

작가의 말│“담양의 자연에서 소설의 첫 문장이 태어났다”

이순임 작가에게 이번 작품은 담양군 대덕면의 창작 레지던스 ‘글을낳는집’과 깊은 연관이 있다.

그는 작가의 말을 통해 “소설의 시작 대부분은 자연에서 배웠다”며 “산골짜기 앞마당의 옹이 항아리, 졸졸 흐르는 개울물, 편백숲의 습한 향이 문장의 뿌리가 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소설이 풀리지 않아도 마음이 편했던 건 잘 먹어서였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깨달았다”며 집밥을 챙겨준 사모님에 대한 따뜻한 고마움도 전했다.

최근 다시 ‘글을낳는집’을 찾은 그는 “논배미에서 날갯짓하던 백로와 서리 내린 논두렁이 또 하나의 장면처럼 다가왔다”며 “이런 시간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은 고맙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순임 작가

작가 소개│꾸준한 창작을 이어온 감각 서사의 탐험가

2009년 월간문학등단 이후 이순임 작가는 소설집 『목성의 달』(2016), 장편소설 『녹색 목요일』(2021)을 통해 감각적이면서도 실험적인 문체 세계를 구축해왔다.

『럼과 라즈베리』는 그가 ‘글을낳는집’에서 집필을 마친 두 번째 장편으로, 소리의 미학과 분석심리학적 상징을 결합한 독창적 서사로 평가받고 있다.

‘글을낳는집’ │작가들의 ‘두 번째 고향’

담양군 대덕면의 창작 레지던스 ‘글을낳는집’은 자연 속에서 온전히 글쓰기에 몰두할 수 있는 장소로, 전국의 작가들 사이에서 ‘영감을 낳는 집’으로 알려져 있다. 산골짜기와 개울, 편백나무 숲이 조화를 이루는 이 공간은 소리·향·빛이 자연 그대로 흐르며 문장의 씨앗이 되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순임 작가는 이곳에서 두 편의 장편소설을 완성할 만큼 ‘글을낳는집’과 깊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작가들의 식사를 정성껏 챙기는 운영진의 배려와 조용한 산촌의 분위기는 창작자들에게 ‘머물고 싶어지는 공간’으로 기억된다. 실제로 많은 문인들이 재방문을 요청할 만큼 만족도가 높아, 담양군의 대표적인 문학 창작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