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신문] 강병철 작가가 장편소설 『굿모닝, 요양병원』(삶창)을 펴냈다. 2025년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시점에 출간된 이번 작품은 지난 7월 청소년 시집 『세수 안 한 날』 이후 5개월 만의 신작으로, 왕성한 집필력과 장르를 넘나드는 작가적 에너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한다. 이번 책으로 강 작가는 장편소설, 소설집, 시집, 청소년 시집, 산문집을 아우르며 총 25권의 저서를 출간하게 됐다.

『굿모닝, 요양병원』은 1928년생 여성의 삶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장편소설이다. 식민지 시기 군청 서기로 일했던 한 여인이 겪는 개인적 시련과 여성으로서 감내해야 했던 삶의 질곡이 서사의 중심을 이룬다. 작품은 일제강점기 오키나와 전투와 블라디보스토크 전투, 6·25 전쟁 전후 마을마다 벌어진 좌우 이념 갈등과 학살, 5·16 군사정변 이후 ‘서산 개척단’ 사건 등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장면들을 촘촘히 직조해낸다. 더 나아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과, 45년이 흐른 뒤인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발동과 이에 맞선 시민들의 대응까지 담아내며 역사와 현재를 연결한다.

소설의 후반부는 93세에 뇌졸중으로 쓰러진 주인공이 요양병원에서 겪는 말년의 시간을 가슴 아프게 그린다. 코로나19 시기 요양병원 병상에서의 일상과 병원 직원, 간병인들의 태도에 따라 달라지는 입원 환경이 섬세하게 묘사되며, 삶의 마지막을 향한 내적 성찰이 깊이 있게 펼쳐진다.

목차는 ‘실족’, ‘오키나와 당숙’, ‘요양보호사’, ‘지아비’, ‘뇌졸중’, ‘친정어머니’, ‘여섯 침대’, ‘개척단’, ‘6.25 전쟁’, ‘그 간병인’, ‘관재수 두 사연’, ‘계엄’을 거쳐 ‘꿈’으로 마무리된다.

황규관 시인은 이 작품을 두고 “말년에 요양병원에 의탁한 여성 주인공의 눈으로 본 민중 서사”라고 평했다. 개인의 기억과 가족사, 한국 근현대사가 자연스럽게 엮이면서도 존엄사를 향해 나아가는 화자의 내적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는 평가다. 진부한 ‘실버 소설’이나 남성 중심의 역사소설을 벗어나, 한 여성의 자유로운 수다처럼 풀어낸 ‘진짜 소설’이라는 점이 이 작품의 미덕이다.

강병철 작가는 1980년대 초 『삶의 문학』 동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대전·충남작가회의와 충남작가회의 지회장을 역임했다. 장편소설 『해루질』, 『닭니』, 『토메이토와 포테이토』, 소설집 『열네 살, 종로』, 『나팔꽃』, 『초뻬이는 죽었다』, 시집 『격렬하고 비열하게』, 『다시 한판 붙자』, 청소년 시집 『호모중딩사피엔스』, 산문집 『어머니의 밥상』, 『작가의 객석』 등 다수의 작품을 발표했다. 또한 청소년 잡지 『미루』 발행인을 지냈고, 여러 교육 산문집의 책임 편집을 맡아왔다.

국어교사로 정년퇴임한 이후에는 담양 '글을낳는집'을 비롯해 원주, 진도, 울산, 해남 등 전국 작가촌을 돌며 집필에 전념하고 있으며, 현재는 일제강점기 전후 평범한 농부의 삶을 그린 장편소설을 준비 중이다. 그는 문학평론가 박명순의 남편이자 만화가 강병호의 형이기도 하다.

강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그 100년의 서사를 푸는 작업은 의무이자 고통이었다”며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때는 모친의 침대 옆에서 치미는 울컥함에 눈앞이 캄캄해지기도 했다”고 출간 소회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