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들고 전당대회?…호남 클러스터 둘러싼 여야 '말의 전쟁’

칼럼
반도체 들고 전당대회?…호남 클러스터 둘러싼 여야 '말의 전쟁’
- '제2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싼 정치와 경제의 교차점
  • 입력 : 2026. 06.26(금) 06:54
  • 김도균 기자
[담양신문] 요즘 정치권에서 가장 핫한 단어는 '삼전닉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합쳐 부르는 이 신조어 하나가 여야 신경전을 통째로 압축해서 보여준다. 호남에 들어설 거라는 '제2 반도체 클러스터' 얘기인데, 싸움의 본질은 반도체가 아니라 8월 전당대회라는 게 야당 쪽 주장이다.

이야기는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이 "미래 반도체 투자는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남쪽으로 눈길을 돌려달라"고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일이 일사천리로 풀렸다.

올해 1월에는 민주당 정진욱 의원(광주 동구·남구 갑)이 발의한 반도체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는데, 비수도권에 한해 국가가 땅·전력·용수를 최대 100%까지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법은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도 같은 달이다. 우연인지 타이밍인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린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광주 첨단3지구 등을 후보지로 놓고 수백조원대 투자를 검토 중이며, 이달 말 청와대에서 열리는 민관 합동회의에서 구체적인 윤곽이 나올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 친명계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김민석 국무총리도 참석할 예정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야권은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장동혁 "반도체 줄 테니 정청래를 떨어뜨려 달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견제에 나섰다. 요지는 "반도체 줄 테니 정청래를 떨어뜨려 달라는 것"이다. 정청래 의원과 맞붙는 친명계 후보 쪽으로 호남 표를 몰아주려는 '선물 보따리'라는 의심이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거들었다. 반도체 공장 입지를 두고 "명청(이재명·정청래)대전 전당대회용 총알로 쓰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표현은 다르지만 결론은 같다. 반도체로 표를 사지 말라는 것이다.

민주당 "그냥 기업이 투자하는 건데 무슨 시비냐"

민주당은 정면으로 받아쳤다. 안도걸 원내부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기업의 자발적이고 선제적인 투자 결정까지 정쟁거리로 만들며 근거 없이 지역 갈등을 부추긴다고 야당을 겨눴다. 청와대도 거리를 뒀다.

강유정 대변인은 앞으로 나올 정책들에 대해 "기업들이 입장을 밝히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결정의 주체는 정부가 아닌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용범 정책실장 역시 수도권은 2035년 이후면 땅과 전력, 용수 모두 한계에 다다른다며 이번 클러스터는 기존 용인 클러스터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추가로 조성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 싸움보다 더 궁금한 건 결국 '진짜 오느냐'

전남·광주 지역 입장에서는 누가 누구를 떨어뜨리느냐보다 실제로 공장이 들어오느냐가 더 궁금한 대목이다.

투자 규모가 공장 한 곳당 150조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만큼 실현되면 일자리와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할 거란 기대가 나온다. 다만 전력망·용수 인프라를 새로 깔아야 하는 부담, 수도권 대비 부족한 전문 인력, 기존 클러스터보다 늘어나는 물류비 등 현실적인 숙제도 만만치 않다.

광주와 맞붙은 전남 일대, 담양을 포함한 인근 지역까지 후방 산업과 인구 유입 효과가 번질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정치 바람을 타다 사업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감도 동시에 떠돈다.

결국 이달 말 민관 합동회의에서 무엇이 나오느냐가 1차 관전 포인트다. 다만 8월 전당대회와 반도체특별법 시행이 묘하게 겹친 일정인 만큼, 발표 내용과 무관하게 여야의 말싸움은 한동안 계속될 모양이다. 반도체가 호남에 오는 것과 정청래의 당대표 도전, 두 변수가 어떻게 맞물릴지는 두고 볼 일이다.
김도균 기자 dysm.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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