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1인당 교부금 증가'라는 착시 뒤에 숨은 교육현장의 현실

칼럼
'학생 1인당 교부금 증가'라는 착시 뒤에 숨은 교육현장의 현실
- 전국교육자치혁신연대 상임대표 장관호
  • 입력 : 2026. 09.08(화) 15:01
  • 담양신문
장관호 | 전국교육자치혁신연대 상임대표
[담양신문] 정부가 반세기 넘게 유지해온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손보겠다고 나섰다. 내국세의 20.79%를 교부금으로 연동해온 현행 방식을 폐지하고, 최근 3년 평균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율을 반영하는 새로운 산식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개편으로 학생 1인당 교부금이 2026년 1,330만 원에서 2030년 1,950만 원으로 늘어난다고 설명한다.

얼핏 보면 교육재정이 크게 확대되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학생 1인당 얼마인가’가 교육재정의 실질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적절한 지표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이번 개편은 단순한 산정 방식의 변경이 아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1972년부터 유아·초·중등교육의 안정적인 재원을 뒷받침해온 제도다. 반세기 넘게 유지돼온 재원 배분의 틀을 바꾸는 일인 만큼 ‘재정 효율화’라는 명분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재정을 얼마나 줄이거나 늘리느냐가 아니다. 바뀐 산식이 학교 현장의 실제 비용과 지역별 교육 여건을 제대로 반영하느냐가 핵심이다.

마침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 2일 《이슈와 논점》 제2522호 ‘학생 1인당 교부금만 늘면, 교육현안 해결할 수 있나?’를 통해 이 문제를 짚었다. 김범주 국회입법조사처 교육문화과 입법조사관이 작성한 이 보고서는 정부 개편안이 내세우는 학생 수 기반 교육비 논리를 검토하면서, ‘학생 1인당 교부금 증가’라는 지표만으로 교육재정의 변화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1인당 증가’가 곧 ‘교육재정 확대’는 아니다

가장 먼저 봐야 할 것은 정부가 강조하는 ‘학생 1인당 교부금 증가’라는 숫자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정부가 제시한 연평균 증가율 10.1% 가운데 4.4%포인트, 약 44%는 실제 재정이 늘어난 데 따른 효과가 아니라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산술적 효과다.

학생 수가 줄면 총교육비가 크게 늘지 않더라도 1인당 금액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따라서 1인당 금액이 증가했다는 사실만으로 교육에 투입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이 그만큼 커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교육은 학생 개인에게 일정 금액을 나눠주는 사업이 아니다. 학교와 학급을 운영하고 교원을 배치하며, 시설을 유지하고 급식·돌봄·특수교육을 제공해야 하는 공공서비스다. 학생 수가 줄었다고 해서 학교 운영에 필요한 비용이 같은 비율로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2016년부터 2025년까지 학생 수는 약 87만 명 감소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학교는 308개교, 교원은 약 9천 명 늘었다.

학생이 줄었다는 사실과 학교를 유지하는 비용이 줄었다는 사실은 같은 말이 아니다.

학교의 실질적인 재정 여력을 봐야 한다

교육재정을 평가할 때 더 중요한 것은 명목상 1인당 금액이 아니라 학교가 실제로 교육활동에 사용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이다.

교원과 교육공무직 인건비, 시설 유지비, 급식·돌봄·특수교육 등은 학생 수와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특히 최근 교직원 인건비는 연평균 약 2조 5천억 원씩 증가해왔다.

교부금 총액이 증가하더라도 그 증가분이 인건비와 필수 경상비에 흡수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학생 1인당 교부금이 늘어났다는 숫자와 학교 현장의 교육활동 여력이 늘어났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정부가 교육재정의 효율화를 추진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상황에서 기존 재정 배분 방식이 적절한지 점검하는 일도 필요하다. 교육청의 재정 운용 과정에서 나타나는 비효율 역시 개선해야 한다.

다만 비효율을 줄이는 것과 교육재정의 안정성을 약화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학령인구 변화율 35%는 왜 필요한가

새 산식에서 특히 따져봐야 할 대목은 학령인구 변화율을 35% 반영하는 부분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현행 보통교부금 기준재정수요액 가운데 순수하게 학생 수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항목은 약 8.8%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질문이 생긴다.

왜 35%인가.

학생 수를 교육재정 산정에 반영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뜻은 아니다. 학생 수 변화는 당연히 교육재정의 중요한 변수다. 다만 35%라는 비율이 학교 현장의 비용 구조를 얼마나 정확하게 반영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학생 수가 감소하면 일부 교육비는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교원 인건비와 학교 시설 유지비, 통학 지원, 급식, 특수교육, 소규모 학교 운영비처럼 학생 수 감소만으로 같은 비율만큼 줄이기 어려운 비용도 있다.

특히 소규모 학교가 많은 지역에서는 학생 수가 줄어들수록 오히려 학생 1인당 교육비가 증가할 수 있다. 학생이 적다고 해서 학교 건물의 절반만 유지하거나, 교원을 절반만 배치하거나, 급식과 통학 서비스를 절반만 제공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소규모 학교에서 학생 10명이 줄었다고 해서 학교 운영비가 10%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학생 수 감소와 교육비 감소를 같은 속도로 놓고 볼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학령인구 변화율 35%라는 숫자는 어떤 비용 구조를 전제로 산출된 것인가. 학교 수와 학급 수, 교직원 규모, 시설 유지비, 농산어촌·도서벽지의 추가 비용은 어떻게 반영했는가.

교육비의 현실은 학생 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학생 수가 줄어든다고 지역의 학교까지 줄어들어서는 안 된다

더 큰 문제는 지역 간 격차다.

대도시와 농산어촌, 도서·벽지가 함께 존재하는 지역에서는 학생 수 감소의 의미가 같지 않다.

도시에서는 학생 수 감소에 따라 학교 규모를 조정할 여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농산어촌의 소규모 학교는 다르다. 학생 몇 명의 감소가 학교 하나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

소규모 학교의 재정이 계속 축소되면 학교 통폐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학교가 사라지면 지역의 정주 여건도 악화될 수 있다. 결국 교육 기반의 약화가 지역소멸을 더욱 빠르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학생 수가 적다는 이유로 더 적은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면,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일수록 교육 여건은 계속 나빠질 수밖에 없다.

교육재정의 역할은 학생이 많은 곳에 더 많은 돈을 주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학생이 적은 곳에서도 최소한의 교육서비스가 유지되도록 하는 것 역시 국가가 책임져야 할 중요한 기능이다.

국회가 따져야 할 것은 ‘숫자의 크기’가 아니라 ‘숫자의 근거’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는 교부금 산정방식이 헌법 제31조 제6항에 따른 교육재정 법정주의의 대상으로, 국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하는 의회유보사항이라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회가 심사 과정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분명하다. 정부가 제시하는 연도별 재원 절감 규모는 얼마인지, 그 재원은 어디에 재투자할 것인지, 학령인구 변화율 35%는 어떤 근거로 설정됐는지, 그리고 이 산식이 지역별 교육재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특히 전국 평균 숫자만 봐서는 안 된다. 서울과 농산어촌의 학교가 같은 방식으로 영향을 받는지, 학생 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지역에서 학교당·학생당 교육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소규모 학교와 도서벽지 학교의 교육 여건이 악화되지 않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반세기 넘게 유지된 지방교육재정의 배분 원칙을 바꾸는 일이라면, 그만큼 근거도 구체적이어야 한다.

효율은 기준이 될 수 있지만, 유일한 기준이어서는 안 된다

지방교육재정의 효율화를 반대하지 않는다.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 여건의 변화를 고려하면 필요한 개혁은 추진해야 한다.

다만 교육재정에서 말하는 효율은 단순히 학생 수가 줄었으니 예산도 줄이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한정된 재원을 어디에, 어떤 기준으로 배분해야 모든 아이의 교육권을 지킬 수 있는가. 이것이 교육재정 효율화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이에 정부와 국회에 네 가지를 요청한다.

첫째, 내국세 20.79% 연동제 폐지안을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밀어붙이지 말아야 한다.

둘째, 시·도교육감과 교원·학부모·지방자치단체·교육재정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식 협의기구를 구성해 현장의 의견을 제도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

셋째, 학령인구 변화율 35%의 산출 근거와 지역별 재정 영향평가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넷째, 유아·초·중등교육에 필요한 최소한의 재정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고, 인구감소 지역과 농산어촌·도서벽지의 소규모 학교를 보호할 별도의 재정 보정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교육재정은 교육감이나 교육청을 위한 예산이 아니다. 학교를 유지하고 교사를 배치하며 급식과 돌봄을 제공하고, 특수교육을 보장하고, 아이가 어디에 살든 기본적인 교육권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국가의 책임이다.

교육재정 개편의 성패를 ‘학생 1인당 얼마가 늘었는가’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학생이 줄었다는 이유로 학교를 유지하는 비용까지 같은 속도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놓은 2030년 학생 1인당 교부금 1,950만 원이라는 숫자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2030년에도 모든 지역의 아이들이 지금과 같은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가.

교육재정 개편은 바로 그 질문에 답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장관호 | 전국교육자치혁신연대 상임대표

전남대 사범대학 물리교육과를 졸업하고 1990년 교직에 입문해 담임·교무·학생부장 등 25년간 교직에 종사했다. 2025년 오룡중학교에서 명예퇴직했다. 전교조 전남지부장·전국 정책실장, (사)전남교육연구소 이사장, 전남교육회의 공동대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교육감 후보 등을 역임했다. 현재 대통령직속 민주평통자문위원, 전남광주시민사회교육연대 대표, 국민주권교육포럼 대표, 더민주혁신회의 상임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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