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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강연에는 문성희 작가가 초청돼 '정자 이름 속에 숨은 한자, 담양 누정 문화를 읽다'를 주제로 강연했다. 문 작가는 애초 예정됐던 강사가 일정을 펑크 내면서 지난달 급히 강단에 서게 됐다고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강연에서 가장 관심을 끈 대목은 송순의 정자 '면앙정(俛仰亭)'의 독음에 관한 문 작가의 주장이었다. 문 작가는 정자 이름에 담긴 뜻을 짚어보면 '면앙정'이 아니라 '부앙정'으로 읽는 편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근거는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현판과 함께 걸린 시구 "부언즉유지(俛焉則有地) 앙언즉유천(仰焉則有天)", 즉 "굽어보면 땅이 있고 우러러보면 하늘이 있다"는 대구 구절이다. 문 작가는 '면'과 '부'로 두 가지로 읽히는 이 글자(다음자)를 '면'으로 읽으면 "힘써 땅이 있고"가 되어 뜻이 통하지 않으며, '부'로 읽어야 뒷구절 '앙(仰·우러러보다)'과 대구를 이뤄 의미가 통한다고 설명했다.
둘째, 이 표현은 맹자가 말한 '군자삼락(君子三樂)' 가운데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고, 굽어 사람을 보아도 부끄럽지 않다"는 구절에서 유래한 것으로, 예로부터 '부앙천지(俯仰天地)'라는 표현으로 함께 쓰여 왔다는 점을 들었다.
셋째, 중국과 일본의 용례를 비교했다. 중국어 사전과 중국 대학수학능력시험(가오카오) 문제에서도 이 한자는 '푸양(俛仰)'으로 통일해 읽히며, 일본어에는 애당초 이 한자 조합 자체가 존재하지 않고 일본 고유의 다른 표현을 쓴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문 작가는 '면앙정'이라는 독음이 1980년대 한 연구자의 논문에서 비롯돼 굳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후 학계에서도 반절(反切) 표기법 등을 근거로 '부앙정'이 맞다는 견해와 당대 표준 한자음집인 동국정운에 '부' 음이 없어 당시에는 '면'으로 읽혔을 것이라는 반론이 함께 있어 왔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최근 한문학 전공자의 연구에서도 '부앙정'이 옳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이는 단순한 독음의 문제가 아니라 정자 이름에 담긴 겸허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떳떳하게 하늘을 우러르는 삶의 태도를 온전히 읽어내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건물 명칭의 격과 담양 누정의 뜻풀이
문 작가는 먼저 전통 건축물에 붙는 전(殿)·당(堂)·재(齋)·헌(軒)·정(亭)·각(閣)·루(樓)·대(臺)의 위계와 차이를 설명했다. 궁궐에서 '전'은 가장 격이 높은 건물(정전·편전·대전·내전 등)이며, '당'은 왕족이 머무는 사적 공간, '각'·'헌'·'재'는 그 부속 건물이라는 것이다. '루'는 조망을 위해 2층 이상으로 지은 건물, '정'은 규모는 작지만 경치 좋은 곳에 지어 휴식·교류·풍류의 공간으로 쓰였다고 짚었다. 아울러 '경로당'처럼 한국에만 있는 말, '교회당'·'금당'처럼 일본식 한자어가 섞여 쓰이는 사례도 함께 소개했다.
이어 담양의 대표 누정 10여 곳의 이름을 하나씩 풀어냈다. 담양 최초의 누정인 독수정(獨守亭)은 고려 말 전신민이 조선 건국에 가담하지 않고 낙향해 지은 집으로, 백이숙제의 고사에서 따와 고려에 대한 절의를 지키겠다는 뜻을 담았다. 식영정(息影亭)은 장자의 '외영오적(畏影惡迹)' 고사, 즉 자기 그림자를 두려워해 도망치다 나무 그늘에서 쉬며 비로소 그림자가 사라짐을 깨닫는 이야기에서 따와 세속을 떠난 은일의 의미를 담았다. 소쇄원의 제월당(霽月堂)·광풍각(光風閣)은 송나라 주돈이의 인품을 형용하던 '광풍제월'에서 유래해 맑고 고결한 정신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송강정(松江亭)과 원래 이름인 죽록정(竹綠亭), 환벽당(環碧堂), 서하당(棲霞堂), 죽림재, 상월정, 남극루, 몽한각 등의 이름 유래도 차례로 소개됐다.
문 작가는 담양 누정의 공통된 특징으로 대부분 온돌방을 갖춰 실제 거주 공간이었다는 점, 방에서 마루·정원·계곡으로 점차 확장되는 공간 배치를 꼽았다. 함양 등 다른 지역의 정자가 빼어난 경관 속에 몰입하는 풍류의 공간에 가깝다면, 담양의 누정은 가사문학 등이 태어난 '문학의 산실'이자 낙향한 선비들의 은일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연 말미에는 최근 일부 지역에서 정자에 한글 이름만 붙여 정작 그 뜻을 알기 어려워진 사례를 언급하며, 한자어 이름을 한글로만 표기하는 방식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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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김황흠 시인 새 시집 출간 축하 나눔행사
1부 강연에 이어 2부에서는 장흥 출신 김황흠 시인의 새 시집 출간을 축하하는 나눔행사가 마련됐다. 필독서로 지정된 시화집 '드들강 편지', 산문집 '풀씨는 힘이 세다' 등을 펴낸 김 시인은 오래전 농사짓던 시절의 경험을 담아 이번 시집을 엮었다고 소개했다. 힘겨웠던 그 시절이 돌이켜보니 아름다웠다는 것, 그리고 이번 시집이 부모님을 떠나보낸 마음을 정리하는 의례와도 같았다는 소감을 전했다. 김 시인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자작시 '당신의 발걸음'을 직접 낭송했고, 이어 참석자들이 돌아가며 '마중', '초심' 등 마음에 와닿은 시를 한 편씩 낭송하며 소감을 나눴다. 이후 참석자들에게 시집을 나누는 시간도 이어졌다.
'2026 담양 인문학 포럼'은 담양이라는 공간에 축적된 역사와 문화, 장소성을 인문학적으로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담양문화원과 글을낳는집, 담양신문, 담양저널, 담양담론이 공동 주최하며 지난 3월부터 오는 12월까지 매월 셋째 주 목요일 오후 3시 담양문화원 2층 강의실에서 모두 10회에 걸쳐 진행되고, 사전 예약 없이 누구나 무료로 참석할 수 있다.
김도균 기자 damyangjourna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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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28(월) 09:4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