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신문]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주제로 한 인문학 강연이 18일 오후 3시, 담양 창평의 100년 고택 ‘매화나무집’에서 열렸다.

‘글을낳는집’ 작가들이 진행하는 일곱 번째 인문학 이야기인 이번 강연은 ‘《K-Pop Demon Hunters》를 통해 본 K-문학이 가야 할 길’을 주제로 마련됐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한국문학의 세계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에서 박경자 교수는 “한국문학의 진정한 세계화를 위해서는 K-LitTech를 통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에 앞서 식전 행사로 박광원 건축가가 ‘기차는 8시에 떠나네’를 포함한 3곡의 축하 공연을 선보였다.

K-문학의 한계와 가능성

박 교수는 “드라마는 시청각 매체로서 언어 장벽을 쉽게 넘을 수 있지만, 문학은 높은 집중력을 요구하며, 한국 고유의 정서와 역사적 배경이 글로벌 독자와의 간극을 만든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어의 섬세한 정서적 뉘앙스를 살리기 어려운 ‘번역의 벽’을 지적하며, 단순한 의미 전달을 넘어선 ‘문화적 재창조’로서의 번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경자 교수가 창평 매화나무집에서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K-LitTech, 새로운 해법

해법으로 제시된 ‘K-LitTech’는 문학과 기술의 융합을 의미한다. 오디오북, 웹툰,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등을 통해 문학의 접근성과 확장성을 높이자는 전략이다.

박 교수는 “독자가 단순한 감상자가 아닌 서사의 일부가 되는 참여형 콘텐츠가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 것”이라며, “전문 번역가 양성, 장르문학 확대, 해외 대학과의 협업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문학의 세계화는 단순한 수출이 아니라, 타문화와의 정서적 공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K-팝처럼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가 아닌 만큼, 문학에는 긴 호흡의 전략과 지속 가능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이제 한국문학은 개별 작가의 성취를 넘어 번역·기술·장르·정책을 아우르는 통합적 생태계를 구축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박광영 시인, 최양숙 시인, 명혜정 작가가 김규성 ‘글을낳는집’ 촌장이 선물한 연화죽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다양한 장르 신간 소개와 함께한 출판기념 축하식

이날 강연과 함께 출판기념 축하식도 열려, 세 권의 신간이 참석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소개된 책은, 박광영 시인의 에세이 『산티아고, 햇빛과 바람과 환대의 길을 가다』(문학들), 명혜정 작가의 『시선이 머무는 국어 수업』(살림터), 최양숙 시인의 시조집 『종소리에는 마디가 있다』(고요아침)이다.

축하식이 끝난 후에는 작가들의 사인회도 열려, 참석자들이 작가들과 직접 소통하며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