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신문] ‘글을낳는집’ 작가들이 들려주는 여덟 번째 인문학 이야기가 16일 담양 창평의 100년 고택 ‘매화나무집’에서 열렸다. 이날 강연에서 최두석 시인은 ‘시를 쓰면서 사진도 찍으면서’를 주제로 시와 생태 사진이 만나는 창작의 세계를 들려주었다.

정년 퇴임 후 본격적으로 생태 사진에 몰두하고 있는 최 시인은 사진 활동이 시 창작과 맺는 유기적 관계를 진솔하게 풀어냈다. 그는 “젊은 시절에는 오로지 시에만 집중했지만, 꽃에 대한 오랜 관심이 사진으로 확장되면서 시의 새로운 통로가 열렸다”고 말했다.

또 “꽃이 시적 화두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꽃과 나비, 새, 곤충까지 시의 주인공이 되었다”며 생명체를 관찰하고 그 생동감을 시에 담는 일이 자신의 시적 과제라고 밝혔다. 30년 넘게 꽃 피는 산을 찾아다닌 그는 “실제 자연에서 마주한 꽃과 생명들이야말로 시의 생생한 언어를 만들어준다”며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드러냈다.

최 시인은 카메라를 든 이유에 대해 “섬세한 관찰을 가능하게 하는 창작 도구”이며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꽃의 순간을 기억하고 기록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찔레꽃을 통해 시 ‘찔레를 보면’의 창작 배경을 이야기하는 최두석 시인

강연에서는 최 시인이 직접 촬영한 생태 사진도 함께 소개됐다. 찔레꽃, 물봉선과 호박벌, 투구꽃, 백로와 숭어, 뿔노병아리 가족 등을 접사렌즈로 포착한 사진들이 청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최 시인은 “사진 속 주인공들이 시의 주인공이 된다”며 이 사진들이 실제로 자신의 시 제목이자 작품의 소재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그는 “시의 언어는 개별 생명에 대한 예의”라는 말로 시인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진중하게 전했다.

이번 강연은 시와 사진, 자연과 예술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으며, 자연을 소중히 바라보고 생명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

'도나도나'를 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하고 있는 채 정 작가

문학과 음악으로 함께한 신간 출간 축하연

인문학 이야기의 2부 행사에서는 고성만 시인의 시조집 『마늘』, 채정 소설가의 연작소설집 『기타, 둥둥』, 이은유 소설가의 장편소설 『달의 미로』 출간을 기념하는 축하연이 열렸다.

이날 채 정 소설가는 자신의 작품 『기타, 둥둥』에 수록된 '도나도나'를 기타 반주에 맞춰 직접 노래하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감동을 선사했다.

글을낳는집 김규성 시인이 준비한 선물을 들고 함께 기념 촬영 중인 (앞줄 왼쪽부터) 이은유작가, 채 정 작가, 고성만 시인

이어 참석자들은 세 작가의 작품 세계와 출간 소감을 나누며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으며, ‘글을낳는집’ 김규성 시인이 마련한 선물 증정식도 함께 진행되어 축하의 분위기를 더했다.

한편 오는 11월 20일(목)에는 ‘글을낳는집’ 작가들이 들려주는 아홉 번째 인문학 이야기로 송미성 평론가의 ‘한국 현대소설과 타자의 윤리’ 강연이 열린다. 이날 행사에는 안미란 아동문학가가 패널로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