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신문] ‘글을낳는집’ 작가들이 들려주는 아홉 번째 인문학 강연이 20일 담양 창평의 100년 고택 ‘매화나무집’에서 열렸다.

이날 강연에서 송미성 작가는 ‘식민지 도시공간 재현의 정치학 – 식민지 시기 박화성의 ‘목포’ 재현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박화성 문학 속 도시 공간을 분석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송 작가는 “박화성의 텍스트는 진부하고 올드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문장을 직접 읽어보면 당대 공간과 인물의 숨결이 또렷하게 느껴진다”며 박화성 작품을 오늘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박화성 소설은 묘사가 많지 않음에도 작품을 덮고 나면 공간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방직공장, 오포, 경찰서, 도서관 등 목포의 상징적 장소들이 인물의 행위를 이끄는 지표로 기능한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전했다.

송 작가는 박화성 문학의 변화가 식민지 시기, 해방, 한국전쟁, 4·19 혁명을 관통하며 한국사의 격동을 문학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초기 카프(KAPF) 경향을 띠었던 박화성은 시대적 탄압 속에서 말하지 못한 지점들이 작품 속 갈등 구조로 나타난다는 점도 덧붙였다.

송미성 작가(오른쪽)가 참가자들과 소통하며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또 1980년대 이후 본격화된 식민지 시기 여성 작가 발굴 연구를 소개하며, 박화성이 작품성만으로 평가받은 최초의 여성 작가 중 한 명으로 재조명되었다는 의의를 짚었다.

송 작가는 박화성이 목포와 서울을 오가며 문학 활동을 펼쳤던 과정, 사회적 시선과 개인사, 한국전쟁 이후의 재창작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삶을 소개했다.

특히 하수도 공사 노동자의 임금 투쟁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을 예로 들며 “박화성 소설에는 젊은 세대의 열정, 민족적 감정, 식민지 도시 공간에서의 갈등과 공동체 의식이 역동적으로 살아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강연은 박화성 문학을 통해 식민지 도시 구조, 젊은 세대의 의식, 여성 문인의 재평가등 다층적인 인문학적 주제를 조명하며 참석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왼쪽부터) 조성국 시인, 송미성 작가, 강성남 담양문화원장, 윤형근 시인

문학상 수상과 신간 출간 축하 행사 열려

강연 후 이어진 2부 행사에서는 ‘글을낳는집’ 김규성 촌장의 축하사와 함께 문학상 시상 및 신간 출간 축하식이 진행됐다.

강성남 담양문화원장은 제19회 국제문화예술제 광복 80주년 기념 시 공모전에서 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로 문학상을 수상하며 참석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에 답하며 강 원장은 담양문화원이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설립되어 올해 75주년을 맞았음을 언급하며,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담양문화원이 지역 인문학 강연과 문화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글을낳는집’에서 집필한 윤형근 시인의 시집 『해변극장』과 조성국 시인의 신작 『들키고 싶은 비밀』이 소개되며 지역 문학의 저변을 넓히는 시간이 이어졌다.

두 시인은 글을낳는집이 작가들이 글쓰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한 김규성 촌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글을낳는집’에서 집필한 윤형근 시인의 시집 『해변극장』(달아실)과 조성국 시인의 신작 『들키고 싶은 비밀』(상상출판)이 소개되며,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과 문학적 성과를 지역민에게 알리는 시간이 이어졌다. 두 시인은 작가들이 글쓰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 김규성 촌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한 이날 행사에서는 송미성 작가의 신간 『박화성 소설의 도시 공간: 목포(1920–1930)와 서울(1950–1960)』출간을 기념하는 축하식도 열렸다.

김규성 촌장은 “지역 문화의 지평을 넓히기 위한 인문학 연속 강연을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가겠다”며 “지역 문인과 지역민들이 활발히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세연 담양군시각장애인연합회 부회장은 “평소 접하기 어려운 박화성 문학을 통해 목포와 시대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고, 강연을 통해 문학과 역사, 지역의 이야기가 하나로 연결되는 경험을 했다”며 참가 소회를 밝혔다.